박지수(왼쪽)와 호주의 마리아나 톨로. (C)대한민국농구협회
[스포츠타임스=벵갈루루(인도), 홍성욱 기자]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대회 첫 승을 거두며 턴어라운드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리고 있는 2017 FIBA 아시아컵 조별예선 마지막 날 필리핀에 91-63으로 승리했습니다. 1승 2패가 된 한국은 호주(3승), 일본(2승1패)에 이은 조 3위로 8강 토너먼트를 시작합니다.
이번 대회는 조별예선에서 순위만 가릴 뿐 탈락하는 팀이 없습니다. B조 3위인 한국은 A조 2위인 뉴질랜드와 결선 토너먼트를 시작하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우리에겐 마치 결승전과 같은 경기입니다.
인도에는 현재 디비전A 8개국과 더불어 디비전B 7개국까지 총 15개국이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디비전A의 호주, 중국, 일본이 3강으로 분류되며 우승각축전을 펼치는 상황입니다. 한국은 뉴질랜드, 대만과 함께 4강을 노리는 팀이 됐습니다. 우리의 현주소입니다. 부인하고 싶지도 않고, 부인할 수도 없는 현실입니다.
조별예선 마지막 날인 25일 첫 경기는 뉴질랜드와 대만의 맞대결이었습니다. 단두대 매치 성격을 지닌 경기였습니다. 이기는 팀은 한국과 4강을 겨룰 수 있지만 지는 팀은 일본과 만나는 상황이기에 사실상 4강은 멀어지는 암울한 상황이었습니다. 뜨거운 열기 속에 뉴질랜드가 1쿼터 7-21의 열세를 만회하며 59-53 역전승을 거둬 한국의 상대가 됐습니다.
대만은 4강 희망을 사실상 접어야 했습니다. 27일 펼쳐지는 결선토너먼트 4경기는 한국과 뉴질랜드, 호주와 북한, 중국과 필리핀, 일본과 대만의 대결로 확정됐습니다. 관계자들도 한국과 뉴질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3경기는 승패가 이미 갈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1968년 아시아컵 1회대회가 열린 이후 지난 2015년 25회 대회까지 무려 11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중국과 동률을 이루고 있습니다. 일본은 최근 두 대회를 비롯해 세 차례 우승을 차지했고, 호주는 이번에 아시아컵에 편입됐습니다.
전통의 명문 팀이었던 한국은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세계 여자농구의 추세와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우승은 2007년 인천 대회 때였습니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우승권에서 한 발씩 멀어지더니 이제는 4강 걱정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한국 선수단에 남은 건 자존심 하나 뿐입니다. 선배들이 쌓아온 빛난 업적에 먹칠을 하지 않는 것이 사명으로 남아 있습니다. WKBL이라는 환경적 토대가 구축된 상황이지만 취약성은 넘쳐나고 있습니다. 대표팀 중심의 시즌 프로그램 진행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대회 후에 우리는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자꾸 우물 안 개구리로 안주해선 안됩니다.
당장 급한 건 뉴질랜드전입니다. 상대 역시 한국과의 정면대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올림픽최종예선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었지만 쿠바에 아깝게 패하면서 맞대결이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대결을 통해 우리는 2018 스페인 농구월드컵 출전 티켓을 따내는 목표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국제무대에서 사라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 다음 플랜을 늦추지 않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상승과 하강은 사이클을 그립니다. 올라가면 내려가기 마련입니다. 지금 우리는 내려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어디까지 내려갈지 우리가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걸 알려면 국제대회에서 부딪혀야 합니다. 패하고, 망신을 당할지라도 큰 무대에서 겨루며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번 대회는 그런 의미에서 소중한 경험이자 자산입니다. 현실을 알고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지금은 ‘빅3’가 아닌 ‘스몰3’에 속해있지만 이 구도를 ‘빅4’로 바꾸려는 움직임은 하루라도 늦춰서는 안될 것입니다.
한국 선수들은 26일 오전 휴식을 취했고, 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5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몸을 풀며 컨디션 점검에 나섭니다.
27일 경기시간이 앞당겨져 현지시간 11시(한국시간 오후 2시 30분)로 이동했습니다. 오전 시간에 경기를 펼치게 됐습니다.
선수들은 전날 경기를 마치고 한참 동안 라커룸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서동철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 나선 후에도 선수들끼리 돌아가면서 발언을 했습니다. 눈물을 훔치며 27일 선전을 다짐했습니다. 태극마크에 대한 자존심을 찾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선수들이 스페인행 티켓을 손에 쥘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홍성욱 기자 mark@thesportstimes.co.kr
<저작권자 ⓒ 스포츠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공 스포츠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