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농구단 ‘글로벌 프렌즈’, 후원기업 경영난으로 존폐 위기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국내에서 유일한 다문화 유소년 농구단이 후원 기업의 재정난 등으로 창단 10년을 앞두고 해체 위기에 놓였다.
20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다문화 어린이 농구단 ‘글로벌 프렌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 탓에 10년 가까이 후원을 이어온 ‘하나투어’의 지원이 중단되며 존폐 갈림길에 서 있다.
농구단은 한국에 사는 다문화 자녀와 이주 배경 청소년의 우리 사회 적응을 돕고 스포츠를 매개체로 리더십과 협동심 등을 심어주기 위해 2012년 창단됐다. 이제까지 방글라데시와 나이지리아 등 10여 개국 출신 다문화 자녀 300여 명을 배출했다.
구단주를 맡은 하나투어가 전지훈련과 구단 운영 등을 위해 매년 5천만∼6천만 원을 지원해왔다. 2019년까지 전국 다문화 유소년 농구대회도 주최했다.
그러나 여행업계가 1년 넘게 극심한 불황을 겪으면서 하나투어도 농구단 운영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코로나19 탓에 기업 매출이 평년보다 100분의 1수준으로 감소해 자회사와 해외지사 등을 정리하고 인력 감축도 진행 중”이라며 “사명감으로 후원 사업만큼은 어떻게든 이어가려 했지만 (상황이 어려워) 우리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가까이 이끌어 오면서 아이들과 정도 많이 쌓였고, 이들이 사회에 진출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했다”며 “후원을 해줄 수 있는 다른 기업을 수소문했으나 선뜻 손을 내밀지 않더라”라고 전했다.
농구단의 위기를 막고자 이곳을 거쳐 간 수료생들이 발 벗고 나섰다.
용산고 3학년으로 전교학생회장을 맡은 윌프레드(19) 군은 “이번 주부터 모금 활동을 진행하고 유튜브에 홍보 영상도 만들어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농구단에 가입하면서 사교성도 기르고 친구도 많이 사귀게 됐다”며 “10대 시절의 전환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창단 멤버인 필리핀 출신의 사무엘 준틸라(20) 씨도 “농구단은 가족이나 다름없다”며 “피부색과 상관없이 똑같은 애정을 갖고 대해줬던 거의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비가 부담스러워 다른 농구부에는 가입하지는 못했으나 여기 덕분에 농구선수의 꿈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감독 겸 농구단 운영을 맡아온 천수길 한국농구발전연구소장은 “건전한 취미활동을 펼칠 곳이 부족한 다문화 아이들에게 이곳은 보금자리나 마찬가지”라며 “형편이 넉넉지 못한 이들도 많이 왔는데 이제 갈 데가 없어져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천 소장은 “운영비는 10월 이전에 바닥날 것 같다”고 했다.
농구단은 현재 다문화 자녀 20여 명이 모여 서울 이태원에서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shlamaz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8/20 08:11 송고
이상서 기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