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오바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인종 문제로 정체성 갈등을 겪던 시절 농구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말은 이역만리 한국 땅에도 전해져 다문화가정 아이들로 구성된 농구팀을 지도하던 천수길 한국농구발전연구소장에게 큰 울림을 줬다. 천 소장은 2009년 당시 방한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에게 아이들을 위해 농구단에 방문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그의 편지는 백악관에 전달돼 오바마 대통령이 함께하는 농구 시합까지 기획됐으나 1박2일의 빡빡한 일정 탓에 최종 단계에서 무산됐다. 천 소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진지하게 검토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며 “농구를 통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녹아들고 사회적 편견을 깰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농구발전연구소는 2005년 최희암 전 감독 등 원로 농구계 인사들이 중심이 돼 결성한 단체다. 배재고와 단국대에서 선수로 뛰고 대한농구협회 홍보이사 및 총무이사 등을 역임한 천 소장은 연구소 출범과 동시에 단체를 이끌게 됐다. 출범 초기엔 보육원 아이들과 장애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한 농구팀을 인근 학교 및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운영했다. 그러나 관련 기관에서 운동부를 폐지·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다문화가정 농구팀 쪽으로 활동 중심이 옮아갔다.

여행사 하나투어에서 후원을 받아 2012년 창단한 ‘글로벌 프렌즈 다문화가족 어린이 농구단’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제까지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등 10여 개국 출신 다문화 자녀 300여 명이 이 농구단을 거쳐갔다. 그중엔 한국 최초의 흑인 혼혈 프로 남성 모델로 일하고 있는 한현민 씨도 있다. 천 소장은 “저마다 사정으로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엘리트 선수 양성보다는 농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아이들이 소통 능력을 키우고 자존감을 높이는 데 운영 목표를 뒀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매주 한 번씩 진행하던 훈련은 무산되기 십상이었다. 2013년부터 주최했던 ‘전국 다문화&유소년 농구대회’는 2020년부터 2년 연속 취소된 데 이어 후원사의 경영난으로 재개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던 행사여서 아쉬움이 크다.

연구소는 2019년부터 시작한 다문화가정 인식 개선 활동 ‘어글리더클링’ 프로젝트를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본격화했다. 한스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 새끼’에서 영감을 받은 활동이다. 올해 초부터는 영등포구와 함께하는 컬러풀 농구단과 아동 브랜드 트라이본즈에서 지원을 받아 유·초등부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파스텔세상 다문화 어린이농구단’을 시작했다. 글로벌 프렌즈 농구단도 기존 훈련장이 다시 열리기 전까지 인근 지역 체육관에서 연습하고 있다. 천 소장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함께 활동했던 아이들 중 엘리트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컸던 아이의 기회가 무산돼 아쉬움이 컸다”며 “모 프로 스포츠단 총괄팀 매니저와 함께 가능성 있는 선수를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천수길 농구발전연구소 소장

농구로 선한 영향력 전하고자
보육원·다문화가정팀 등 운영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방문할 뻔
다문화 인식 개선 활동도 병행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4965102?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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