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나카가와 감독이 말하는 한국여자농구 문제점, ‘유망주 부족과 외국인선수’

[루키=용인, 박상혁 기자] “농구를 하려는 유망주가 적고 외국인선수까지 가세하면서 한국여자농구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4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연수원 내 체육관에서 만난 WJBL 도요타 보쇼쿠의 나카가와 후미카즈 감독은 이런 말로 지금의 한국여자농구를 평가했다. 

나카가와 감독이 이끄는 도요타 보쇼쿠는 부천 KEB하나은행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아 2주 일정으로 합동 훈련을 펼치고 있다. 양 팀의 선수들을 섞어서 맞춤형 훈련을 받게 한 뒤 연습경기를 통해 훈련 성과를 점검하고 있다. 

취재진이 찾았을 때는 두 팀의 연습경기가 막 시작된 시점이었다. KEB하나은행은 이날 연습경기에서 도요타 보쇼쿠에 60-82의 대패를 당했다. 김정은이 FA로 이적하고 또다른 슈터인 강이슬이 대표팀에 차출됐다고는 하지만 22점차 대패는 다소 뼈아픈 결과였다. 

경기 후 만난 나카가와 감독에게 과거와 지금의 한국여자농구, 그리고 일본여자농구가 나아지게 된 원인을 물었다. 1971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한 나카가와 감독은 도요타 보쇼쿠 이전에는 샹송화장품과 후지쯔에서 감독을 역임했으며, 일본 대표팀 감독도 두 차례나 지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일본을 7위로 이끌었고 방콕아시안게임에서는 우승을 차지하기도 한 명장이다. 

또 그는 과거 일본팀 감독으로서 한국을 자주 찾았고 한국여자농구 사정에 밝은 인물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한국여자농구에 대한 평가를 듣기에 적합한 인물이었던 셈이다. 

우선 그는 과거와 지금의 경기력에 대한 질문에는 “역시 과거의 팀과 선수들이 더 강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과거에는 훈련 시간이 꽤 길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선수들이 구사하는 플레이의 정확도가 상당했다. 슈팅 훈련을 해도 500~700개 정도 했다고 들었고, 스크린 플레이도 지금 선수들보다는 과거의 선수들이 더 정확하게 구사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일본여자농구는 전통적으로 해왔던 팀컬러, 즉 뛰는 농구와 지키는 농구를 유지하는 가운데 선수들이 개인 기술이 높아졌다. 그것이 지금 상위 클래스에 오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여자농구가 과거와 비교해 일본에 역전을 당한 원인에 대한 질문에는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것을 전제한 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환경적으로 어린 유망주들이 농구를 기피하는 것 같다. 프로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여고부가 팀 수도, 선수도 적다고 들었다. 예전에는 한국도 여고부가 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팀도 많았고 실업팀 입단과 동시에 주전으로 뛰는 즉시전력감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집에서 운동을 안 시키고 공부로 대학을 보내려는 분위기도 있고 선수들도 힘들고 어려운 걸 하기 싫어해서 여고농구선수가 줄었다고 들었다. 좋은 재목이 나와야 리그의 경쟁력이 살아나는 것 아니겠나?” 

또 한 가지 이유로 그는 외국인선수를 들었다. 

나카가와 감독은 “한국 선수들끼리 뛰던 때와 달리 리그에 외국인선수가 들어오면서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이 사라진 것 같다. 아무래도 팀플레이의 중심이 외국인선수에게 쏠리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뒤, “사실 얼마 전 WJBL에서도 부장 회의(WKBL의 이사회와 같은 의결 기구)에서 외국인선수 도입이 검토됐다. 여러 의견이 오갔지만 결론은 외국인선수 도입을 하지 말자는 쪽으로 내려졌다. 일본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유망주 부족 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프로팀 감독들이 드래프트 때마다 ‘뽑을 만한 신인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공수에서 지나치게 외국인선수에게 의존하는 플레이가 이뤄지면서 농구를 보는 재미가 반감되고 국내 선수들이 외국인선수의 보조 역할에 한정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물론 이런 문제점은 단번에 해결될 것들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사태들을 정확히 인지하고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해야 할 때다.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한국여자농구는 더욱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진 = 박상혁 기자

박상혁 기자 jumper@thebaske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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