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카이로/한필상 기자] ‘내가 최고’란 생각이 결국 일본에게 추월을 당하는 현실을 만들고 말았다.
한국 U19남자 농구 대표팀은 한국시간 8일 새벽에 열린 FIBA U19남자 농구 월드컵 9-16위 순위 결정전에서 일본에게 64-77로 역전패 당했다. 마지막 5분 동안 나온 무리한 플레이가 화근이 됐다.
현장에서는 ‘예견된 패배’라는 지적이 많다. 국내 훈련 당시부터 일부 선수들은 훈련에 집중하는 모습보다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더 많이 쓰는 모습을 보이며 관계자들의 질타를 받아왔다. 연습경기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서로 선발출전과 출전시간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물론, 이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면 뭐라 할 수 없다. 대표팀은 잘하는 선수들만 뽑히는 자리이니, 그 정도 자존심은 필요하다는 것은 동의한다. 그러나 본인 역할을 잊은 채 자신에 대한 기회만 요구한다면 그때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이집트 도착 이후에도 계속됐다. 경기가 시작되자 하윤기(203cm, C)와 한승희(198cm, C)는 자신 보다 크고 힘이 좋은 선수들을 상대하면서도 리바운드 한 개라도 더 잡아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일부 선수들은 골밑에 들어가는 것조차 꺼려했다.
대부분 3점슛 남발이 잦았다. 세계대회는 자신들보다 장신도, 힘 좋은 선수도 많다. 기술이 좋은 선수들은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더 패기있게 들어가지 못한 채 겉돌면서 팀이 이기기 바란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 아닐까.
대표팀은 예선에서 내리 패한 뒤 16강전에서도 리투아니아에게 대패를 당했지만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일본과의 9~16위 순위결정전에서도 이어졌다.
경기 초반 범실로 교체 된 한 선수의 경우, 자신의 교체에 대한 불만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기도 했으며, 일부 선수들은 특정 선수를 겨냥해 수비를 하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선수는 자신보다 작은 선수가 수비했음에도 불구, 경기 상황을 가리지 않은 채 3점슛을 남발하면서 리바운드 참여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보면 일본에게 한때나마 앞서고 있었던 것이 이상했던 경기였다.
국내에서 이들은 남다른 기량을 보이는 선수들이다. 분명 좋은 학교로의 진학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무대는 다르다. 내가 반드시 에이스가 되어야 한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일본전 패배 후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이 모든 것이 어른들의 잘못이다. 소속팀 지도자들은 물론이거니와 대표팀 지도자 역시 어린 선수들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아야 할 책임이 있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지 못하고 커 나간다면 앞으로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며 쓴소리를 남겼다.
# 사진_한필상 기자
2017-07-08 한필상(murdock@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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